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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예방과 성공 전략

도시를 떠나 농부가 되기까지 - 귀농 5년 차 농부의 진솔한 회고록

by 어정쩡이8090 2025.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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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 농부가 되기까지 - 귀농 5년 차 농부의 진솔한 회고록

도시를 떠나

서울의 번잡한 사무실을 떠나 전라남도 구례의 농부가 된 지 어느덧 5년이 되었습니다. 15년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의 집 창 밖으로는 노란 들판이 펼쳐져 있고, 가을바람에 익어가는 벼이삭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첫해의 설렘과 두려움

2019년 봄, 아내와 함께 구례로 내려왔습니다. 도시에서는 매일 아침 정장을 차려입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지만, 이제는 작업복과 장화가 제 일상복이 되었습니다. 처음 한 달은 마치 여행을 온 것 같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들녘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

하지만 현실은 곧 저를 시험했습니다. 첫 모내기 때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운 대로 했지만, 모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절반 이상을 다시 심어야 했습니다. 허리는 펴질 줄 모르고, 장마철에는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탕에서 하루종일 씨름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 해의 깨달음

첫해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농사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웃 농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진작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옆 논의 김 할아버지께서는 매일 아침 들려 작물 상태를 살펴보시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두 번째 해에는 벼농사와 함께 감자와 고구마도 심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은 면적을 심었다가 관리를 제대로 못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 실패가 오히려 좋은 교훈이 되었습니다. 농사는 내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 번째 해의 도전

2021년,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농촌도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일손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농산물 유통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직거래를 시작했고,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도시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었죠.

이때부터 친환경 농법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렁이농법을 도입하고, 제초제 사용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수확량은 조금 줄었지만, 품질 면에서는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얻은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 번째 해의 확장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작은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농산물을 모아 공동으로 판매하고, 농기계도 함께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일들이 여럿이 뭉치니 가능해졌습니다.

이 시기에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시작했습니다. 도시 아이들이 직접 모내기와 수확을 체험하고, 농촌의 일상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판에 퍼질 때면, 이것이 바로 제가 꿈꾸던 농촌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섯 번째 해의 현재

올해로 귀농 5년 차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수입이 생기고, 농사짓는 요령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매년 날씨는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실패도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최근에는 유기농 인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또한 청년 귀농인들을 위한 멘토링도 시작했습니다.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입니다.

농촌 생활이 가져다준 변화들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도시에서는 항상 시계를 보며 살았지만, 이제는 해와 달,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살아갑니다. 농사는 조급해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배웠습니다. 자연의 속도를 인정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운 것이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릅니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매일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다 보니 체력이 늘었고, 스트레스성 질환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들고, 새소리에 일어나는 생활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 5년은 더 큰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마을을 유기농업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 몇몇 농가들과 뜻을 모았고, 군청과도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농촌다운 농촌을 만들어가는 것이 꿈입니다.

귀농을 고민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농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준비된 자세로 시작한다면, 그 어떤 직업보다도 보람 있고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알게 된다면, 귀농은 분명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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